title

시와 시 사이, 시간

시간

0
Followers
0
Plays
시와 시 사이, 시간
시와 시 사이, 시간

시와 시 사이, 시간

시간

0
Followers
0
Plays
OVERVIEWEPISODESYOU MAY ALSO LIKE

Details

About Us

우리 일상을 그려낸 시를 읽어드립니다. 하루의 시작, 이동, 공부나 업무, 휴식 그리고 맺음의 시간에 시 낭독 음원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Latest Episodes

임솔아, <끝없이> _ 백전승 낭독/ Soundgroup 123 작곡

“ 밖에서 내 방안으로 들어올 때 마음의 변화 ” SoundGroup123 창작노트 중에서. _ 시간에서 발행하는 시 낭독음원의 BGM은 또 다른 한 편의 시가 됩니다. 뮤지션은 시 텍스트를 감상하며 떠올린 이미지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냅니다. _ Soundgroup123 작곡, 백전승 낭독의 <끝없이>를 들어보세요. 작품 속 시간과 공간을 담은 시적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있습니다.

2 MINMAR 6
Comments
임솔아, <끝없이> _ 백전승 낭독/ Soundgroup 123 작곡

[월간 몇 시] 8월 새 작품 <애착인형> v.a. 하동연 감상

8월 25일 시간의 열한번 째 정기공연에서 선보일 김정진 시인의 <애착인형> 낭독음원 일부를 읽어드립니다. 낭독자 하동연의 감상 포인트 함께 들어보시죠! 공지사항을 통해 공연 안내 이어서 남기겠습니다 :-)

2 MIN2018 AUG 15
Comments
[월간 몇 시] 8월 새 작품 <애착인형> v.a. 하동연 감상

[월간 몇 시] 비가역 _ 조용미/ v.a 김혜진

비가역 창밖으로 자동차 소음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낯선 곳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잘 읽히지 않는 이 책의 한 페이지에서 여러 번 책장을 덮었다 다시 펼칠 때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들길을 걷다 노랑꽃창포와 골풀이 피어 있는 습지를 만나고 거기서 고라니가 뛰어나오는데 당신을 떠올릴 겨를이 없다 어떤 깊고 얕은 풍경 앞에서도 나는 당신을 떠올리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온전히 다 나의 것이었다니 이제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으니 당신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한가함이 더해진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자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일과는 또다른 새로움이 생겨난다

2 MIN2017 NOV 1
Comments
[월간 몇 시] 비가역 _ 조용미/ v.a 김혜진

[월간 몇 시] 저녁에 _ 이현호 / v.a. 박찬영

저녁에 무엇보다 불을 켜는 건 빈집을 지키던 그림자에게 밥을 먹이는 일 나는 인간적이 되고 그림자는 까맣게 혈색이 돌아 인간의 꼴에 가까워지는 저녁에 흘러내리는 창밖의 저녁 사이로 나무를 옮겨 앉는 새를 보았고 그것을 새의 정치라고 불렀지 밤낮을 만 번쯤 옮겨 다니면 서른 안에서 잠갔던 문을 안에서 열고 나갔다가 밖에서 잠근 문을 밖에서 열고, 다시 안을 찾는 저녁을 건너려면 더 많은 습관이 필요해 몸을 바닥에 눕히면 나와 그림자는 서로의 뒷면이 되고 바닥에 닿을수록 짙어지는 게 있다 우주의 9할은 어둠이라고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저녁에 저녁의 변두리에서 변두리의 저녁으로 옮아가는 저녁에 몇 천 번쯤 낮밤을 옮겨 다니다 보면 그대와 함께 덮는 저녁도 있겠지만 나머지 우주의 1할도 빛은 아니라는 저녁에, 문을 잘 잠갔던가 어제의 그림자가 기억나지 않는 무엇보다 불을 끄는 저녁에

2 MIN2017 NOV 1
Comments
[월간 몇 시] 저녁에 _ 이현호 / v.a. 박찬영

[월간 몇 시] 밤의 세계관 _ 장이지 / v.a. 백전승

밤의 세계관 술집에서 일하다 처음 손님과 싸운 날, 바닥에 떨어진 건 네 옷의 단추만은 아닐 거야. 그것은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무슨 바람 같은 걸 일으키고 있었지. 이미 멍이 든 저녁은 그때부터 묵묵히 벌레가 기는 쪽으로 짙어가고 있었고 우린 밤의 전철역 앞까지 함께 걸었어.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밤의 마지막 전철이 선로를 때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 그때 네 눈에서 반짝이던 그 무엇. 그건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었을 거야.* 편의점의 밝은 빛에 검게 숨어서 안 보일 거라 너는 믿었겠지만 그런 얼굴은 반칙. 너무나 알기 쉬운 얼굴은 반칙. 우린 아직 일을 갖고 있는데……. 단추를 잃어버린 것은 너만은 아닐 거야. 우린 모두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인생들. 밤은 자기 자신의 세계관 쪽으로 점점 부풀어가고 우리들 마음의 살에도 언젠가 비늘이 생기는 때가 오겠지. *로드 스튜어트 Rod Stewart의 곡 「It´s not the spotlight」(1975)를 변형함.

2 MIN2017 NOV 1
Comments
[월간 몇 시] 밤의 세계관 _ 장이지 / v.a. 백전승

[월간 몇 시] 하우스 오브 카드 _ 신혜정/ v.a 최은솔

하우스 오브 카드 손 안 대고 코를 풀 방법을 찾느라 코가 흐르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이사 가서 쓸 세탁기 고르느라 빨래가 쌓인 것도 잊어버려 이제는 더 이상 시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하다가 어느새 시가 오는 것도 잊은 채 그만 아아, 가습기를 선물한 남자애를 좋아했네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창문을 꼭꼭 닫아둔 채

52 s2017 OCT 2
Comments
[월간 몇 시] 하우스 오브 카드 _ 신혜정/ v.a 최은솔

[월간 몇 시] 실명_조혜은/ v.a 김혜진

실명 실수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게 된 것처럼 실수로 빛을 잃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실망하지 마. 너는 이름을 잃었을 뿐이야. 목숨을 잃었을 뿐이야. 그렇게 시력을 잃었을 뿐이야. 세상의 일부가 어두워질 때, 네 세상의 모두가 다리를 잃고 네 시선이 머문 내 얼굴에 검은 점이 생기고 개구리 알을 닮은 무력한 절망이 모여, 남겨진 삶 위에서 꿈틀대고 눈처럼 아름답게 녹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눈물이 남긴 얼룩처럼 기어코 살아 눈을 떠야 했을 때. 앞이 보이지 않아. 이대로 볼 수 없는 채 죽으면, 죽어서도 볼 수 없을까. 보이지 않을까. 살아 있다고 해도 내게 모두 거짓말을 할까. 안대를 씌운 사람 취급을 당할까. 나는 이름을 잃은 걸까, 빛을 잃은 걸까. 진짜 나를 얻은 걸까. 너라는 평범한 글자 하나로 울 수 있을까. 나는 상처 입지 않아. 상처 입지 않아. 누구보다 정확한 음계로 계단을 내려가던 너를 기억한다. 너는 시력을 잃은 나의 첫번째 벗이었고 나의 벗이 애달파하던 첫사랑이었고 내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시력을 잃은 첫 사람이었다. 빛이었다. 내가 잃은 처음이자 마지막 빛이었다.

2 MIN2017 OCT 2
Comments
[월간 몇 시] 실명_조혜은/ v.a 김혜진

[월간 몇 시] 1001 _ 이병국 / v.a. 이홍비

1001 빈자리가 어제보다 늘었다. 그만큼 밤이 스며든다. 때론 잔혹한 말조차 간절할 때가 있다. 무한대로 밀려나는 거리처럼 헝클어진 몸을 깁는 소리 가득하고 입이 아려 숨이 무거워진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세계로 이루어지는 삶 기다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닻을 내리고 쓸어내릴 수 있는 내일을 가능이라고 겹쳐진 발목에 차가운 계절이 돈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다.

1 MIN2017 OCT 2
Comments
[월간 몇 시] 1001 _ 이병국 / v.a. 이홍비

[월간 몇 시 8월호]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_한연희/ v.a 여수민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여름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 누군가와 마주 잡은 손의 온기, 창문을 꼭꼭 닫아놓고서 누운 밤, 쟁반 가득 쌓인 귤껍질들이 말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은 창을 열고 나를 눅눅하게 만들기를 좋아한다 물이끼처럼 자꾸 방 안에 자라는 냄새들이, 귤 알갱이처럼 똑똑 씹히는 말들이 혓바닥에서 미끄러진다 곰이 그 위에 누워 있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곰이, 수박을 우걱우걱 먹어치우던 곰이 나를 쳐다본다 곰에게서 침 범벅의 수박물이 떨어진다 여기가 동물원이 아니라 내 방이라는 것을 알아갈 때쯤, 나는 혼자 남아 8월을 벗어난다 그러니까 수박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차가운 방바닥에 눕는 것을 좋아한다 피가 나도록 긁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땀띠처럼 늘어난다 그러니까 나는 이 여름을 죽도록 좋아한다 햇빛이 끈질기게 커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잎사귀의 뒷면과 그늘 사이를 벌려놓는다 먹다 남긴 수박껍질에 초파리가 꼬인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그림자를 내쫓는 중이다 쌓인 빨래더미 위에, 식은 밥그릇 위에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러나 의지와 상관없이 종아리에 털들이 자라나는 걸, 머리카락이 뺨에 들러붙는 걸, 화분의 상추들이 맹렬하게 죽어가는 걸 여름은 내내 지켜보고 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쏟아지는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다

3 MIN2017 SEP 11
Comments
[월간 몇 시 8월호]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_한연희/ v.a 여수민

[젤리와 만년필] 미아_김보민 / v.a. 백전승

미아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누워 서로가 등진 벽을 쳐다봤다 좁은 방에 같은 표정을 한 벽이 없어 매일 서로를 조금씩 비켜나간다 그 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도시는 사면이 막혔고 고양이는 길을 잃는다 잃는다는 것은 무엇이 사라진다는 것이라 길이 재가 될 때까지 그 뒤를 따라갔다 앓는 거리 위로 꽁초를 던진다 염증 위로 숙취를 게워 내고 지하는 육면체의 안쪽, 축축한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춤을 추고 아무에게나 키스했다 마주보고 누우면 우리는 반쪽씩 찌그러지는데 성한 팔끼리 서로를 잡았다 네 오른팔이 내 오른팔을 구하고 접힌 팔이 너를 빈소로 이끄는 날 길을 잃은 우리는 서로의 안부가 되고 안녕은 날을 셀수록 행방이 묘연하다

2 MIN2017 AUG 24
Comments
[젤리와 만년필] 미아_김보민 / v.a. 백전승

Latest Episodes

임솔아, <끝없이> _ 백전승 낭독/ Soundgroup 123 작곡

“ 밖에서 내 방안으로 들어올 때 마음의 변화 ” SoundGroup123 창작노트 중에서. _ 시간에서 발행하는 시 낭독음원의 BGM은 또 다른 한 편의 시가 됩니다. 뮤지션은 시 텍스트를 감상하며 떠올린 이미지들을 음악으로 표현해냅니다. _ Soundgroup123 작곡, 백전승 낭독의 <끝없이>를 들어보세요. 작품 속 시간과 공간을 담은 시적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있습니다.

2 MINMAR 6
Comments
임솔아, <끝없이> _ 백전승 낭독/ Soundgroup 123 작곡

[월간 몇 시] 8월 새 작품 <애착인형> v.a. 하동연 감상

8월 25일 시간의 열한번 째 정기공연에서 선보일 김정진 시인의 <애착인형> 낭독음원 일부를 읽어드립니다. 낭독자 하동연의 감상 포인트 함께 들어보시죠! 공지사항을 통해 공연 안내 이어서 남기겠습니다 :-)

2 MIN2018 AUG 15
Comments
[월간 몇 시] 8월 새 작품 <애착인형> v.a. 하동연 감상

[월간 몇 시] 비가역 _ 조용미/ v.a 김혜진

비가역 창밖으로 자동차 소음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낯선 곳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잘 읽히지 않는 이 책의 한 페이지에서 여러 번 책장을 덮었다 다시 펼칠 때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들길을 걷다 노랑꽃창포와 골풀이 피어 있는 습지를 만나고 거기서 고라니가 뛰어나오는데 당신을 떠올릴 겨를이 없다 어떤 깊고 얕은 풍경 앞에서도 나는 당신을 떠올리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온전히 다 나의 것이었다니 이제 나는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으니 당신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한가함이 더해진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자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일과는 또다른 새로움이 생겨난다

2 MIN2017 NOV 1
Comments
[월간 몇 시] 비가역 _ 조용미/ v.a 김혜진

[월간 몇 시] 저녁에 _ 이현호 / v.a. 박찬영

저녁에 무엇보다 불을 켜는 건 빈집을 지키던 그림자에게 밥을 먹이는 일 나는 인간적이 되고 그림자는 까맣게 혈색이 돌아 인간의 꼴에 가까워지는 저녁에 흘러내리는 창밖의 저녁 사이로 나무를 옮겨 앉는 새를 보았고 그것을 새의 정치라고 불렀지 밤낮을 만 번쯤 옮겨 다니면 서른 안에서 잠갔던 문을 안에서 열고 나갔다가 밖에서 잠근 문을 밖에서 열고, 다시 안을 찾는 저녁을 건너려면 더 많은 습관이 필요해 몸을 바닥에 눕히면 나와 그림자는 서로의 뒷면이 되고 바닥에 닿을수록 짙어지는 게 있다 우주의 9할은 어둠이라고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저녁에 저녁의 변두리에서 변두리의 저녁으로 옮아가는 저녁에 몇 천 번쯤 낮밤을 옮겨 다니다 보면 그대와 함께 덮는 저녁도 있겠지만 나머지 우주의 1할도 빛은 아니라는 저녁에, 문을 잘 잠갔던가 어제의 그림자가 기억나지 않는 무엇보다 불을 끄는 저녁에

2 MIN2017 NOV 1
Comments
[월간 몇 시] 저녁에 _ 이현호 / v.a. 박찬영

[월간 몇 시] 밤의 세계관 _ 장이지 / v.a. 백전승

밤의 세계관 술집에서 일하다 처음 손님과 싸운 날, 바닥에 떨어진 건 네 옷의 단추만은 아닐 거야. 그것은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무슨 바람 같은 걸 일으키고 있었지. 이미 멍이 든 저녁은 그때부터 묵묵히 벌레가 기는 쪽으로 짙어가고 있었고 우린 밤의 전철역 앞까지 함께 걸었어.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밤의 마지막 전철이 선로를 때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 그때 네 눈에서 반짝이던 그 무엇. 그건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었을 거야.* 편의점의 밝은 빛에 검게 숨어서 안 보일 거라 너는 믿었겠지만 그런 얼굴은 반칙. 너무나 알기 쉬운 얼굴은 반칙. 우린 아직 일을 갖고 있는데……. 단추를 잃어버린 것은 너만은 아닐 거야. 우린 모두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인생들. 밤은 자기 자신의 세계관 쪽으로 점점 부풀어가고 우리들 마음의 살에도 언젠가 비늘이 생기는 때가 오겠지. *로드 스튜어트 Rod Stewart의 곡 「It´s not the spotlight」(1975)를 변형함.

2 MIN2017 NOV 1
Comments
[월간 몇 시] 밤의 세계관 _ 장이지 / v.a. 백전승

[월간 몇 시] 하우스 오브 카드 _ 신혜정/ v.a 최은솔

하우스 오브 카드 손 안 대고 코를 풀 방법을 찾느라 코가 흐르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이사 가서 쓸 세탁기 고르느라 빨래가 쌓인 것도 잊어버려 이제는 더 이상 시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하다가 어느새 시가 오는 것도 잊은 채 그만 아아, 가습기를 선물한 남자애를 좋아했네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창문을 꼭꼭 닫아둔 채

52 s2017 OCT 2
Comments
[월간 몇 시] 하우스 오브 카드 _ 신혜정/ v.a 최은솔

[월간 몇 시] 실명_조혜은/ v.a 김혜진

실명 실수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게 된 것처럼 실수로 빛을 잃게 된 사람이 있었습니다. 실망하지 마. 너는 이름을 잃었을 뿐이야. 목숨을 잃었을 뿐이야. 그렇게 시력을 잃었을 뿐이야. 세상의 일부가 어두워질 때, 네 세상의 모두가 다리를 잃고 네 시선이 머문 내 얼굴에 검은 점이 생기고 개구리 알을 닮은 무력한 절망이 모여, 남겨진 삶 위에서 꿈틀대고 눈처럼 아름답게 녹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눈물이 남긴 얼룩처럼 기어코 살아 눈을 떠야 했을 때. 앞이 보이지 않아. 이대로 볼 수 없는 채 죽으면, 죽어서도 볼 수 없을까. 보이지 않을까. 살아 있다고 해도 내게 모두 거짓말을 할까. 안대를 씌운 사람 취급을 당할까. 나는 이름을 잃은 걸까, 빛을 잃은 걸까. 진짜 나를 얻은 걸까. 너라는 평범한 글자 하나로 울 수 있을까. 나는 상처 입지 않아. 상처 입지 않아. 누구보다 정확한 음계로 계단을 내려가던 너를 기억한다. 너는 시력을 잃은 나의 첫번째 벗이었고 나의 벗이 애달파하던 첫사랑이었고 내가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시력을 잃은 첫 사람이었다. 빛이었다. 내가 잃은 처음이자 마지막 빛이었다.

2 MIN2017 OCT 2
Comments
[월간 몇 시] 실명_조혜은/ v.a 김혜진

[월간 몇 시] 1001 _ 이병국 / v.a. 이홍비

1001 빈자리가 어제보다 늘었다. 그만큼 밤이 스며든다. 때론 잔혹한 말조차 간절할 때가 있다. 무한대로 밀려나는 거리처럼 헝클어진 몸을 깁는 소리 가득하고 입이 아려 숨이 무거워진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세계로 이루어지는 삶 기다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닻을 내리고 쓸어내릴 수 있는 내일을 가능이라고 겹쳐진 발목에 차가운 계절이 돈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다.

1 MIN2017 OCT 2
Comments
[월간 몇 시] 1001 _ 이병국 / v.a. 이홍비

[월간 몇 시 8월호]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_한연희/ v.a 여수민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여름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 누군가와 마주 잡은 손의 온기, 창문을 꼭꼭 닫아놓고서 누운 밤, 쟁반 가득 쌓인 귤껍질들이 말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은 창을 열고 나를 눅눅하게 만들기를 좋아한다 물이끼처럼 자꾸 방 안에 자라는 냄새들이, 귤 알갱이처럼 똑똑 씹히는 말들이 혓바닥에서 미끄러진다 곰이 그 위에 누워 있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곰이, 수박을 우걱우걱 먹어치우던 곰이 나를 쳐다본다 곰에게서 침 범벅의 수박물이 떨어진다 여기가 동물원이 아니라 내 방이라는 것을 알아갈 때쯤, 나는 혼자 남아 8월을 벗어난다 그러니까 수박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차가운 방바닥에 눕는 것을 좋아한다 피가 나도록 긁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땀띠처럼 늘어난다 그러니까 나는 이 여름을 죽도록 좋아한다 햇빛이 끈질기게 커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잎사귀의 뒷면과 그늘 사이를 벌려놓는다 먹다 남긴 수박껍질에 초파리가 꼬인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그림자를 내쫓는 중이다 쌓인 빨래더미 위에, 식은 밥그릇 위에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러나 의지와 상관없이 종아리에 털들이 자라나는 걸, 머리카락이 뺨에 들러붙는 걸, 화분의 상추들이 맹렬하게 죽어가는 걸 여름은 내내 지켜보고 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쏟아지는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다

3 MIN2017 SEP 11
Comments
[월간 몇 시 8월호]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_한연희/ v.a 여수민

[젤리와 만년필] 미아_김보민 / v.a. 백전승

미아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누워 서로가 등진 벽을 쳐다봤다 좁은 방에 같은 표정을 한 벽이 없어 매일 서로를 조금씩 비켜나간다 그 틈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도시는 사면이 막혔고 고양이는 길을 잃는다 잃는다는 것은 무엇이 사라진다는 것이라 길이 재가 될 때까지 그 뒤를 따라갔다 앓는 거리 위로 꽁초를 던진다 염증 위로 숙취를 게워 내고 지하는 육면체의 안쪽, 축축한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춤을 추고 아무에게나 키스했다 마주보고 누우면 우리는 반쪽씩 찌그러지는데 성한 팔끼리 서로를 잡았다 네 오른팔이 내 오른팔을 구하고 접힌 팔이 너를 빈소로 이끄는 날 길을 잃은 우리는 서로의 안부가 되고 안녕은 날을 셀수록 행방이 묘연하다

2 MIN2017 AUG 24
Comments
[젤리와 만년필] 미아_김보민 / v.a. 백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