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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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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
3 MIN2018 DIC.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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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온지 어언 한 달. 처음에는 많은 것들이 낯설었지만 어찌 어찌 적응이 되어 금세 거리가 눈에 익었습니다. 이 곳에 이사 와서 검색해본 것은 당연히 [맛집]이었습니다. 집 밥을 잘 챙겨먹을 수 없기에 퇴근 후 눈에 보이는 집밥스러운 곳을 많이 가봤지만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했고 그 결과 매니아층이 존재한다는 식당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식당이 위치가 애매했습니다. 골목을 지나 또 골목골목을 찾아 가야만 했습니다. 간판은 초라하고 식당 내부가 작지만 음식 수준은 고퀄리티라고 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만들어지는데 일단 큼지막한 생선구이에 된장찌개는 물론이고, 반찬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고 합니다. 무생채, 시금치무침, 콩나물무침, 어묵볶음..평범한 반찬들이지만 사진으로 비춰진 모습은 방금 만든 엄마가 해주시는 반찬들이었다. 미리 30분전에 문자를 보내놓으면 주인아주머니가 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신다는 정보까지 입수, 꼭! 언젠가는! 기필코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가자니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하루,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챙겨주는 사람도 없는데 잘 먹고 지내고 있느냐고. ‘그럼, 엄마. 내가 요즘 뭐 먹는지 사진으로 찍어 보내 줄까? 흔히 말하는 인증 샷을 엄마한테 보내드려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딱 떠오른 곳이 그 식당이었습니다.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자. 서둘러 식당에 예약전화를 하니 “손님, 저희 가게 오늘까지만 영업해요. 내일 지방으로 이사 가거든요.” 이럴 수가.. 지금 당장 가면 안 되겠냐고 물으니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는다며 죄송하다고 합니다. 항상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친구가 갑자기 떠나간 느낌이랄까... 결국 집근처 칼국수 집으로 가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고 ’이왕이면 밥을 먹지 그러니, 찬은 김치 하나 뿐 이니?‘ 하는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칼국수를 먹고 나와서 본 거리는 참 화려했습니다. 번쩍대는 간판들은 많지만 집 밥처럼 정감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이 곳이 한 달 전처럼 다시 낯설어 보입니다.